비율이 아니라 기간으로 나눈다
수리와 교체를 비교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은 수리비를 새 제품 값과 견주는 것입니다. 절반을 넘으면 교체, 그 아래면 수리라는 식입니다. 계산이 간단해 널리 쓰이지만 결정적인 변수를 빼놓습니다. 고친 뒤 몇 년을 더 쓰는가입니다.
130만 원짜리 제품을 25만 원에 고치면 비율로는 19%라 수리가 명백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수리로 1년밖에 못 쓴다면 연 25만 원이고, 새 제품을 12년 쓸 때의 연 11만 원보다 비쌉니다. 반대로 60만 원짜리 수리라도 6년을 더 쓴다면 연 10만 원이라 교체보다 낫습니다. 그래서 이 계산기는 양쪽을 모두 연간 비용으로 바꿔 비교합니다.
연간 비용의 계산
수리 쪽은 (수리비 ÷ 기대 추가 수명)에 전기요금 차이를 더합니다. 새 제품이 전기를 덜 쓴다면 낡은 제품을 계속 쓰는 동안 그 차액을 매년 더 내는 셈이므로 수리 쪽 비용에 얹는 것이 맞습니다. 교체 쪽은 (새 제품 값 + 설치·폐기비 − 기존 제품 처분가) ÷ 기대 수명입니다.
이렇게 두면 "수리가 유리해지려면 최소 몇 년을 더 써야 하는가"가 바로 나옵니다. 수리비를 R, 교체의 연간 비용을 C, 전기요금 차이를 E라 하면 R ÷ (C − E)가 그 기간입니다. 계산기가 표시하는 최소 사용 기간이 이 값입니다. 수리기사가 말한 예상 수명이 이보다 짧으면 교체, 길면 수리 쪽입니다.
재고장 위험을 어떻게 넣나
오래된 제품은 한 곳을 고치면 다른 곳이 이어서 고장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위험을 무시하면 수리 쪽이 과대평가됩니다. 계산기는 "기대 추가 수명 안에 비슷한 규모의 수리가 한 번 더 생길 확률"을 받아 그만큼 수리비를 기댓값으로 올립니다. 20%를 넣으면 25만 원짜리 수리가 30만 원으로 계산되는 식입니다.
정확한 확률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제조사 부품 보유 기간이 지났거나, 이미 같은 제품을 두세 번 고쳤거나, 예상 수명을 넘겨 쓰고 있다면 이 값을 높게 잡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값을 30%와 50%로 바꿔 보고도 결론이 그대로라면 그 결론은 꽤 튼튼한 셈입니다.
전기요금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10년 전 가전과 최신 제품의 소비전력 차이는 품목에 따라 상당합니다. 특히 하루 종일 켜져 있는 냉장고, 여름 내내 도는 에어컨은 연간 몇 만 원 단위의 차이가 납니다. 12년을 쓴다면 누적으로 수십만 원이라 교체 판단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제품에 붙은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의 연간 에너지비용은 정해진 사용 조건을 가정한 값이라 실제와 다릅니다. 두 제품의 연간 소비전력량(kWh) 차이에 자기 집 전기요금 단가를 곱하는 편이 낫습니다. 누진 구간이 높은 가구라면 절감량이 같아도 절감액이 커집니다.
잔존가치는 참고용이다
직선 감가로 계산한 잔존가치는 "이 제품에 아직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 값"의 대략적인 표시입니다. 8년 쓴 120만 원짜리(수명 12년)의 잔존가치는 40만 원입니다. 수리비가 이 값을 크게 넘으면 남은 가치보다 더 큰 돈을 붓는 셈이라 신중해집니다.
다만 가전의 실제 가치는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고 초반에 빠르게, 후반에 완만하게 내려갑니다. 또 잔존가치가 0이 되었다고 해서 제품이 못 쓰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명을 넘겨 멀쩡히 도는 물건은 흔합니다. 잔존가치는 판단의 근거라기보다 감을 잡는 숫자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수리기사에게 물어볼 것
계산의 정확도는 "수리 후 기대 추가 수명"에 거의 다 걸려 있습니다. 견적을 받을 때 금액만 묻지 말고, 이 수리로 얼마나 더 쓸 수 있다고 보는지, 지금 상태에서 다른 곳이 고장 날 가능성이 높은 부품이 있는지, 그 제품의 부품 보유 기간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물어보면 계산에 넣을 값이 분명해집니다. 부품이 단종됐다면 다음 고장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돈으로만 정할 일은 아니다
아직 작동하는 물건을 바꾸는 결정에는 폐기물이 따라옵니다. 대형 폐가전은 무상 방문수거 제도로 처리할 수 있지만,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과정 자체의 부담은 남습니다. 반대로 고장을 안고 쓰는 동안의 불편이나, 수리를 반복하며 드는 시간도 비용입니다. 계산 결과의 차이가 연 1~2만 원 수준이라면 어느 쪽을 골라도 금액상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므로, 이런 요인으로 결정해도 무방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계산
가전별 소비전력과 월 전기요금은 가전 전기요금 계산기와 가전 전력 사용량에서 볼 수 있고, 전체 요금 구간은 전기요금 계산기에서 확인합니다. 조명을 바꿀 때의 절감액은 LED 교체 절감, 자동차의 감가는 자동차 감가상각에 따로 있습니다. 금액 외의 조건까지 놓고 저울질하려면 가중치 의사결정표가 쓸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수리비가 새 제품의 절반을 넘으면 교체하라는 말이 맞나요?
어림으로는 쓸 수 있지만 빠진 변수가 있습니다. 수리 후 몇 년을 더 쓰는지, 새 제품이 전기를 얼마나 덜 쓰는지가 결과를 뒤집습니다. 수리비가 20%라도 1년밖에 못 쓰면 교체가 낫고, 50%를 넘어도 6년을 더 쓰면 수리가 낫습니다. 연간 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이 차이가 바로 드러납니다.
기대 추가 수명은 어떻게 정하나요?
수리 견적을 받을 때 기사에게 직접 묻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정보가 없다면 예상 총 수명에서 사용 연수를 뺀 값에서 출발하되, 이미 수명을 넘겼다면 1~2년으로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산기의 표에서 1년과 5년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이 값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가전의 예상 수명은 대략 얼마인가요?
품목에 따라 다르고 사용 강도에 크게 좌우되지만, 냉장고와 세탁기는 10년 안팎, 에어컨은 10년 이상, 전자레인지나 청소기는 7년 안팎이 흔히 언급됩니다. 이 값은 통계적 경향일 뿐이라 15년을 쓰는 제품도, 6년 만에 고장 나는 제품도 있습니다. 제조사가 정한 부품 보유 기간(대체로 5~9년)이 지났는지가 더 실질적인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요금 차이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두 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에 적힌 연간 소비전력량(kWh)을 비교하고, 그 차이에 자기 집 전기요금 단가를 곱하면 됩니다. 라벨에 적힌 연간 에너지비용은 정해진 사용 조건과 단가를 가정한 값이라 실제 사용 환경과 다를 수 있습니다. 누진 구간이 높은 가구는 같은 절전량이라도 절감액이 커집니다.
수리를 받았는데 또 고장 나면 어떻게 되나요?
수리한 부위에 대해서는 수리업체가 정한 보증 기간(대체로 1~3개월)이 붙는 것이 일반적이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수리 후 동일 하자 재발에 관한 기준이 있습니다. 다만 다른 부위의 고장은 새로운 수리로 처리됩니다. 계산기의 재고장 확률 항목이 이 부분을 금액으로 반영하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