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멘트값만 세면 절반쯤 틀립니다
3D 프린팅 원가를 물으면 대부분 "1kg에 2만 5천 원이니까 45g이면 1,125원"에서 멈춥니다. 재료비는 맞지만 원가는 아닙니다. 프린터가 여섯 시간 동안 전기를 먹었고, 그 여섯 시간만큼 프린터의 수명이 줄었고, 열 번에 한 번은 실패해서 버렸고, 서포트를 뜯고 사포질하는 데 손이 갔습니다. 이걸 다 세면 1,125원짜리 출력물의 실제 원가가 두 배 넘게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취미로 하나 뽑는 거라면 이런 계산이 필요 없습니다. 문제는 주문을 받거나 물건을 팔기 시작할 때입니다. 재료비만 보고 값을 매기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항목별로 얼마나 나오나
| 항목 | 대략적인 크기 | 흔한 오해 |
|---|---|---|
| 필라멘트 | PLA 1kg 2~3만 원 기준 g당 20~30원 | 이것만 원가라고 생각합니다. |
| 전기 | 평균 120W면 시간당 20원 안팎 | 가장 과대평가되는 항목입니다. 실제로는 몇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
| 장비 감가 | 50만 원 / 3,000시간이면 시간당 167원 | 가장 과소평가됩니다. 긴 출력에서는 재료비를 넘어섭니다. |
| 실패 | 초보 20~30%, 익숙해지면 5~10% | 세팅이 잡히기 전에는 이게 최대 변수입니다. |
| 후처리 | 15분 × 시급 | 판매하는 경우 여기가 실질 원가의 중심이 됩니다. |
전기는 생각보다 싸고 감가는 생각보다 비쌉니다
"밤새 돌리면 전기요금 많이 나오지 않아?"는 이 취미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인데, 답은 거의 항상 "아니오"입니다. 평균 소비전력 120W짜리를 열두 시간 돌리면 1.44kWh, 주택용 저압 2단계 단가로 230원 정도입니다. 히터가 계속 최대 출력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온도를 유지하는 만큼만 켜졌다 꺼지기 때문에 정격 전력보다 평균값이 훨씬 낮습니다. 다만 누진 구간이 이미 3단계에 올라가 있는 집이라면 한계 단가가 두 배 이상이 되므로 단가 항목을 실제 값으로 바꿔 넣어야 합니다.
반대로 장비 감가는 거의 계산에 넣지 않는데 크기가 큽니다. 50만 원짜리 프린터를 3,000시간 쓴다고 보면 시간당 167원이고, 여섯 시간 출력이면 1,000원입니다. 45g짜리 필라멘트값보다 큽니다. 여기에 노즐, PTFE 튜브, 벨트, 빌드 플레이트 같은 소모품이 별도로 들어가므로 실제 시간당 비용은 이보다 높습니다. 예상 가동시간을 3,000시간으로 잡는 것도 낙관적인 편이라, 보수적으로 보고 싶다면 2,000시간을 넣어 보세요.
무게와 길이 환산
슬라이서는 사용량을 무게로도 길이로도 보여 줍니다. 둘은 원기둥 부피로 바로 환산됩니다.
무게(g) = π × (지름/2)² × 길이 × 밀도
1.75mm 필라멘트의 단면적은 약 2.405mm²이고, PLA(밀도 1.24)라면 1m가 약 2.98g입니다. 뒤집으면 1kg 롤에 약 335m가 감겨 있다는 뜻입니다. 2.85mm 필라멘트는 단면적이 2.65배라 같은 길이에 훨씬 무겁고, 1kg에 약 126m밖에 안 됩니다. 소재별 밀도 차이도 무시할 수 없어서 같은 1kg이라도 ABS는 PLA보다 20% 가까이 긴 길이가 나옵니다.
실패율을 어떻게 반영하는가
실패율 10%는 열 번 중 한 번이 망한다는 뜻이고, 성공한 하나를 얻으려면 평균 1/0.9 = 1.11번을 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원가를 0.9로 나눕니다. 실패율이 30%까지 올라가면 나누는 값이 0.7이 되어 원가가 43% 뛰고, 50%면 두 배가 됩니다. 세팅을 잡는 것이 어떤 재료 절약보다 효과가 큰 이유입니다.
다만 이 방식은 실패가 출력 막바지에 난다고 가정하는 셈이라 실제보다 비싸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 레이어에서 안 붙어 바로 멈추면 재료도 시간도 거의 안 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20시간짜리 대형 출력이 18시간째에 무너지는 경우는 이 계산으로도 다 담기지 않습니다. 큰 물건일수록 실패율 항목을 실제보다 높게 잡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출력 시간을 줄이는 것이 원가를 줄입니다
재료비를 아끼려고 인필을 15%에서 10%로 내리는 것보다, 레이어 높이를 0.2mm에서 0.28mm로 올려 출력 시간을 30% 줄이는 쪽이 원가에는 크게 작용합니다. 시간이 줄면 전기와 감가가 함께 줄고, 실패에 노출되는 시간도 줄기 때문입니다. 노즐을 0.4에서 0.6mm로 바꾸면 같은 효과가 더 큽니다. 표면 품질이 조금 거칠어지는 대가는 있으니 기능성 부품이냐 전시용이냐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판매가는 원가에서 시작하되 원가로 끝나지 않습니다
계산기의 판매가 제안은 원가에 이익률을 단순히 곱한 값입니다. 실제 값은 여기서 시작해 모델링에 들인 시간, 디자인의 독창성, 같은 물건을 구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흔한 소품이라면 원가에 얼마를 얹어도 시장 가격을 넘길 수 없고, 반대로 대체품이 없는 맞춤 부품이라면 원가와 무관하게 값이 매겨집니다. 마진율 기준으로 역산하고 싶다면 마진율 계산기가, 취미를 사업으로 옮길 때의 손익분기는 손익분기 매출 계산기가 맞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계산
전기 쪽을 더 파고들려면 전기요금 계산기와 가전 전기요금 계산기, 장비를 계속 쓸지 바꿀지 고민이라면 수리 vs 교체 계산기를 보세요. 만든 물건을 팔 계획이라면 마진율 계산기, 온라인 판매 수익 계산기, 클래스·공방 가격 계산기가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슬라이서에 나오는 무게와 실제 소모량이 다릅니다.
슬라이서는 압출 명령의 길이를 합산할 뿐이라 프라임 라인, 노즐 청소, 리트랙션 손실, 스커트나 브림 같은 부수 요소를 다 세지 않거나 반대로 과하게 세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 실제 소모량이 5~10% 더 많습니다. 정확히 알고 싶다면 출력 전후로 롤 무게를 재는 방법이 확실합니다. 원가를 잡을 때는 슬라이서 값에 5~10%를 얹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프린터 예상 가동시간을 몇 시간으로 잡아야 하나요?
정답이 있는 값은 아닙니다. 소모품을 제때 갈아 주는 조건에서 저가형 FDM 프린터의 프레임과 모터는 수천 시간을 버티지만, 관리를 안 하면 그 전에 출력 품질이 무너집니다. 실무적으로는 2,000~5,000시간 사이에서 잡고, 노즐이나 벨트 같은 소모품 교체비를 따로 더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이 계산기의 3,000시간 기본값은 그 중간을 잡은 것이고 근거가 강한 숫자는 아닙니다.
전기요금 단가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한국전력 고지서에 사용량과 청구금액이 나오는데, 청구금액을 사용량으로 나누면 평균 단가가 나옵니다. 다만 3D 프린터는 기존 사용량 위에 얹히는 추가 소비라서 평균 단가보다 누진 구간의 한계 단가로 계산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미 3단계에 들어와 있다면 300원 이상으로 넣으세요. 전기요금 계산기에서 자기 구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건비를 원가에 넣는 게 맞나요?
취미라면 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문을 받아 만드는 순간부터는 넣어야 합니다. 넣지 않으면 자기 시간을 공짜로 태우는 가격이 만들어지고, 주문이 늘수록 손해가 커집니다. 다만 출력 시간 전체를 인건비로 세면 안 됩니다. 프린터가 도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그 시간은 장비 사용료로 보고, 실제로 손이 가는 세팅·후처리 시간만 인건비로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레진(SLA) 프린터에도 쓸 수 있나요?
구조는 비슷하지만 그대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레진은 무게 대신 부피(mL)로 세고, 세척용 알코올과 경화 시간, 폐레진 처리, FEP 필름 교체 같은 항목이 따로 붙습니다. 필라멘트 사용량 자리에 레진 사용량을 g으로 환산해 넣고(대부분의 레진 밀도는 1.1 전후) 기타 부자재에 알코올과 필름 상각을 더하면 대략적인 감은 잡을 수 있습니다.